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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아나운서 못하나요?” 고액 수강료, 의상비…눈물겨운 지망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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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월드컵 중계로 스타급 인기를 얻은 MBC 김성주 아나운서,결혼 발표가 핫뉴스로 취급된 KBS 노현정 아나운서…. 방송사 아나운서 직종이 갈수록 독특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연예인과 샐러리맨 사이의 ‘중간계’ 정도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의 선택과 능력에 따라 가수나 배우 못지 않은 스타 연예인이 될 수도 있고, 뉴스와 시사를 다루는 방송인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능성이 공존하는 특성 때문일까. 아나운서 지망생의 노력도 눈물겹다.
◇아나운서직 경쟁률 해마다 수백 대 1
방송사마다 매년 2∼3명밖에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다. 여성은 지원자가 남성보다 훨씬 많아 더 어렵다.
15일 입사원서 접수가 끝난 MBC의 여자 아나운서 지원자는 1717명,남자는 434명이다. 채용절차를 진행 중인 SBS에도 남녀 아나운서 지망생 2070명이 원서를 냈다. KBS는 아직 올해 공채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KBS 여자 아나운서 지원자는 900여명,남자는 200명선이었다. SBS에도 여자 1090명,남자 330명 등 모두 1420명이 지원했고,MBC는 여자 1191명,남자 385명이었다.
선발 인원은 극소수다. 지난해 MBC는 여자 1200여명 중 2명을 뽑아 경쟁률이 600 대 1을 넘었고,남자도 385명 중 2명을 선발해 140 대 1이었다. KBS는 여자 900여명 중 3명을 뽑아 300대 1,남자 200여명 중 1명을 뽑아 2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SBS도 여자 1090명 중 1명,남자도 330명 중 1명만 선발했다.
◇외모와 경력 모두 갖춰야
이런 상황이라 외모와 실력을 갈고 닦은 사람이 아나운서에 뽑힌다. 미인대회 출신도 상당수 아나운서실에 포진해 있다. 1994년 미스코리아 진인 한성주 아나운서는 2년 뒤 SBS 공채에 응시해 선발됐다. 2004년 MBC에 입사한 서현진 아나운서도 2001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이고,김주희 아나운서는 지난해 미스코리아 진에 뽑힌 뒤 SBS 아나운서가 됐다.
경력도 만만치 않은 경쟁을 뚫어야 한다. 정지영 아나운서는 1998년 PSB(부산방송) 아나운서로 일하다 같은 해 SBS에 입사했고,김경란 아나운서도 1999년 부산MBC 아나운서였다가 2001년 KBS에 입사했다. MBC 서현진 아나운서는 2003년부터 부산MBC 아나운서로 일하다 2004년 서울로 올라왔다. 위서현 아나운서도 2002년 춘천MBC 아나운서였다가 다음해 KBS에 입사했다.
KBS 오정연 아나운서 역시 2004년 청주 MBC 아나운서였다. MBC 최현정 아나운서는 2002년 원주MBC 아나운서를 거쳐 2004년 기상캐스터로 변신했다 2005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KBS 전현무 아나운서는 YTN, 강수정 아나운서는 K-TV 출신이다. MBC 최윤영 아나운서는 EBS와 SBS 등에서 리포터로 활동했다.
◇아나운서 양성학원 수강료, 최고 월 200만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망생들은 남보다 뛰어난 실력과 외모를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나운서 지망생이 많이 찾는 아나운서 양성학원들은 기본적인 뉴스 리딩과 발성 뿐 아니라 면접에서 보여줄 장기,화장,의상 코디법까지 가르친다.
동아방송과 불교방송 아나운서 출신인 이선미씨가 2001년 개원한 ‘이선미 스피치랩’, SBS 성연미 전 아나운서가 2002년 설립한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 백지연 전 MBC 앵커가 지난해 문을 연 ‘백지연 아카데미’등은 대표적 아나운서 양성학원이다.
이 밖에도 정보영 스피치아카데미,이정애 아나레슨 등이 있고 한국영상방송아카데미,KBS 방송아카데미,MBC 아카데미,SBS 방송아카데미 등에도 아나운서 과정이 있다.
이런 양성학원의 수강료는 결코 만만치 않다. 지난해 전현무 이지애 최송현 오정연 아나운서 등 KBS 합격자 4명 전원을 배출한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엔 종합과정과 특별과정이 따로 있다. 종합과정 초급반은 주2회(회당 3시간) 3개월에 120만원, 심화반은 주2회(회당 3시간) 3개월에 130만원이다. 초급반과 심화반을 한 번에 수료하는 완성반은 주2회(회당 3시간) 5개월 과정에 200만원이다.
방송사 공채일정에 대비한 특별과정도 있다. 현재 SBS MBC KBS 공채대비반이 각각 있고,필기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총점검반을 따로 두고 있다. 10회 수업에 50만원이다. 또 1회 10만원을 주면 강사에게 개인지도도 받을 수 있다.
SBS 김범수 김지연 김주희, MBC 김주하 이정민 서현진 나경은, KBS 강수정 김윤지 조수빈 아나운서 등을 배출한 이선미 스피치랩도 비슷하다. 초급반과 중급만은 주2회(회당 3시간) 3개월에 120만원이다.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나 직장인 대상의 주말반은 주1회(회당 4시간) 18주 수업에 120만원을 받는다.
백지연 아카데미는 좀 더 비싼 편이다. 초급과정은 주2회(회당 2시간) 3개월 과정에 250만원,중급과정은 주2회(회당 2시간) 2개월에 190만원이다.고급과정은 주2회(회당 2시간) 2개월에 200만원이다.백지연 앵커가 직접 지도하는 직강반은 주2회(회당 3시간) 한 달에 200만원이다. 주3회(회당 2시간) 수업하는 방송사 공채반은 한 달에 100만원을 받는다.
MBC 아카데미 아나운서반은 주3회(회당 3시간) 6개월 과정에 295만원이고, 심화반은 주1회(회당 3시간) 3개월 과정에 115만원이다. KBS 방송아카데미는 주2회(회당 3시간) 6개월 과정에 150만원이다. SBS 방송아카데미는 기초반과 중급반이 주2회(회당 2시간30분) 3개월에 120만원, 고급반은 주2회(회당 2시간30분)씩 3개월에 130만원 수준이다. 초·중·고급과정을 한 번에 배우는 종합반은 주2회(회당 2시간30분) 6개월 과정에 250만원이다.
각 학원마다 단계별 과정이기 때문에 보통은 초급, 중급, 고급반을 순차적으로 밟는다. 실제 방송사 공채일정이 시작되면 특별대비반에도 학생이 몰리기 때문에 학생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또 한 학생이 여러 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입사한 KBS 전현무 아나운서와 MBC 이하정 아나운서는 봄온 아카데미와 백지연 아카데미를 모두 다녔고, 2004년 MBC에 입사한 나경은 김정근 아나운서와 KBS 김재홍 아나운서는 봄온 아카데미와 이선미 스피치랩을 둘 다 다녔다. SBS 김범수 아나운서도 MBC 아카데미와 이선미 스피치랩을 다녔다.
◇그래도 계속 꿈을 꾸는 사람들
부담스러운 수강료에도 지망생들이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누구나’ 다니기 때문이다.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남에게 뒤지면 안될 뿐더러 남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춰야 한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방송 3사에 입사한 아나운서 중 사설학원이나 방송사 부설 아카데미를 다닌 사람은 전체 77명중 47명으로 61%나 된다. 2004년과 2005년 입사자 중엔 27명 중 25명이 학원 출신이어서 비율은 92%로 올라간다. 아나운서 지망생 신모(25·여)씨는 “갓 졸업한 지원자나 지방·케이블 방송국 경력자 등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가 이런 양성학원 출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학원을 통해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도 이유다. A학원에서 초급반과 중급반을 수료하고 다시 B학원에 다닌다는 아나운서 지망생 김모(24·여)씨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추천을 받기 위해 아카데미를 다닐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학원에 기업이나 케이블 방송 등에서 리포터·아나운서를 추천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오면 학생 중 하나를 추천해 주는데 공중파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려면 이런 경력은 필수적이다.
때문에 마이크 잡는 게 좋아 아나운서를 꿈꾸는 지원자는 점점 부담이 늘어만 간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아나운서 지망생이 지난해 8월 올린 글은 조회수 2000회,댓글 43개를 기록하며 많은 지원자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아나운서 지망생인데 오늘 돈 때문에 펑펑 울었다”면서 “돈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나 같은 게 꿔서는 안될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절망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지망생은 “아나운서 학원에 갈 때마다 다들 정장을 다른 색으로 바꿔입고 온다”면서 “면접날 입을 옷 한 벌밖에 없는 나에게 학원 강사는 ‘옷을 안 갖춰입고 오는 건 성의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입사지원 때 프로필 사진을 여러 번 찍어 가장 잘 나온 걸 제출한다. 가격은 한 번에 30만원 정도다. 비싼 학원비도 부담일 뿐더러 한 번 면접을 볼 때마다 해야하는 머리·화장비와 정장 구입비 등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방세 등도 벌어 써야 하는 형편이라 무척 힘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들은 꼭 그렇게 옷 사고 메이크업 받아야 하냐고 묻지만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것”이라면서 “순수하게 아나운서 꿈을 꿀 때의 자신이 무너져가는 느낌”이라며 속상해했다.
아나운서 지망생 김씨도 아나운서 준비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학원에서 소개해주는 미용실에서 머리손질과 화장을 하면 보통 한 번에 15만원에서 30만원 정도 든다. 학원측에서 ‘아나운서 스타일을 잘 아는 의상실’이라 소개하는 곳에서 ‘카메라 잘 받는’ 정장을 맞추는 건 보통 한 벌에 60만원∼100만원 정도다. 김씨는 “보통 옷 한 벌로는 입사시험을 치를 수 없기 때문에 2∼3벌은 맞춰 놓고 돌아가며 입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나운서 지망생 박모(26·여)씨도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해 학원에 다녔지만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만 느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수업시간에 옷 맞춘다며 치수를 재는 등 부산떠는 모습을 보며 그런 게 정말 아나운서 되는데 필요한 것인가 싶을 때도 있다”면서 “특히 강사가 ‘너는 옷 안 맞출거니’라며 새 옷을 맞추도록 권할 때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수업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란 지적도 있다. 아나운서 지망생 김씨는 “유명 아나운서 양성학원은 모두 똑같은 억양과 음조를 강조한다”면서 “마치 아나운서를 찍어내는 공장 같다”고 밝혔다.
한 아나운서 지망생은 6월 아나운서 면접시험을 본 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시험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전부 똑같은 옷 스타일과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꾸며서 예쁘면 좋겠지만 개성 없이 석고판 뜨듯 남들과 맞춰가다 자신을 잃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이 길에 들어선 게 후회됐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지은 기자 her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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