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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사전 제작이 안 되는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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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 주연의 MBC 판타지 사극 ‘태왕사신기’(송지나 극본·김종학 연출)가 네번씩이나 방영 시점을 연기하다가 지난달 말 촬영을 재개했다. 애초 이 드라마는 한류를 통한 해외 드라마 시장 개척을 염두에 뒀다. 2003년부터 시작해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쳤으며 무려 430억원을 투입해 100％ 사전 제작을 표방했다. 특히 사전 제작제는 작품의 완성도를 기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볼 때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내에 방영할 수 없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제작사는 지난 5월 60∼70％ 가량 촬영이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고려하면 전체 24부 중 절반도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4월∼10월 사전 제작한 SF 퓨전 사극 ‘비천무’는 방송사 편성을 잡지 못해 아직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다. 사전제작을 완료하고 지상파 방송에서 전파를 탄 드라마는 지난해 2월 김승우 명세빈 주연의 MBC ‘내 인생의 스페셜’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에릭의 교통사고로 ‘늑대’가 불발되면서 대타로 긴급 편성됐으며 원래의 12부작을 8부로 줄이는 편집을 하는 바람에 극 흐름이 달라졌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과연 국내 드라마의 100％ 사전 제작제는 불가능한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 한 방송사의 책임프로듀서는 “기획은 생물체와 같아서 주변의 예기치 않은 변화에 다양하게 반응하며 꿈틀댄다”고 말한 바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의 변화 만큼이나 국내의 트렌드는 변화무쌍하다. 더구나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가 쉴 새 없이 돌발 변수로 등장한다.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일종의 판타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시청자의 반응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시청자. 특히 네티즌의 입김이 센 편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오르는 댓글이 드라마 전개 내용 혹은 기획 자체에 영향을 주는 일이 적지않다. 일주일에 수십 편씩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청자의 반응을 전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드라마는 시청자의 기호와 눈 맛에 맞추고자 애를 쓴다. 시청률 수치에 따라 드라마를 늘이고 줄이는 ‘고무줄 편성’이 난무하는 것도 그래서다. 애초의 기획이 흔들리지 않은 채 이야기 얼개가 미리 완성되는 100％ 사전 제작제는 꿈틀대는 시청자의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프로그램 편성의 ‘칼자루’를 틀어쥔 방송사는 사전 제작 드라마를 앞세워 국내외 판권을 요구하는 외주제작사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100％ 사전 제작은 쪽대본과 밤샘 촬영의 폐해를 없애주고. 드라마의 극적 완성도를 높여주는 등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잘 시행되지 않는다. 어쩌면 방송사가 일부러 모른 척하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지 모른다. 철저하게 시청자의 기호에만 맞춰 시청률 수치를 높이고. 그에 따른 광고 수익을 얻으려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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