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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사극을 어떻게 소비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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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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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드라마다. 역사속 야망을 쟁취하는 영웅이야기는 거의 남성 중심이다. 신분제 사회의 권력관계는 남성이 항상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 그래서인지 남성이 사극을 시청하는 이유중 무조건 반사적으로 본다는 항목도 있다.
하지만 요즘 사극 시청자중에는 여성들도 적지않다. 정통사극이라 할 수 있는 ‘대조영’은 남성 시청자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배용준이 등장하는 ‘태왕사신기’와 ‘왕과 나’, ‘이산’ 등은 여성시청자들을 꽤 많이 끌어들이고 있는 사극이다.
남자와 여자는 사극을 시청하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다. ‘태왕사신기’는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부드럽고 어색하지 않는 CG로 여성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사극체의 말투가 아닌 실생활에서 사용함직한 부드러운 표준어와 독특한 고대의 의상들, 특히 신당사제들의 의상과 각단의 등장도 여성 시청자를 배려하는 듯한 느낌이다.
각단과 함께 하는 여성무사들 역시 한눈에 호감도가 생길만 했다. 남성만이 군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무술로 단련된 여성도 나라를 위해 친위대를 형성한다는 점 등도 남성 중심의 기존 사극과는 달라진 부분이다.
훗날 광개토대왕이 되는 담덕 역의 배용준은 부드러움 그 자체다. 호탕한 이미지가 아니라서 여성 시청자들이 더 좋아한다. 부드러움으로 분노와 강인한 차가움, 우직한 남성미를 모두 표현해내는 배용준에 몰입된 여성 시청자가 적지 않다.
요즘 사극에 여성 시청자를 흡입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절절한 멜로다. 멜로 부분이 약한 ‘대조영’을 제외한 나머지 사극들은 모두 멜로를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
‘왕과 나’의 주제는 운명적인 사랑이다. 성소수자인 내시 처선(오만석)과 후궁 윤소화(구혜선), 성종(고주원)은 독특한 차원의 삼각관계를 만든다. 처선과 성종은 한 여성을 사이에 둔 대결 관계에 있지 않다.
처선은 사랑하는 소화 낭자를 위해 스스로 거세함으로써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멜로를 강조한다. 난처해진 건 성종과 사랑의 징표까지 나눈 소화다. 소화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왕과의 합궁을 거부함으로써 멜로의 애절함을 표출한다.
하지만 아직 ‘왕과 나’의 멜로구도는 시청자가 본격 감정이입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있지 않다. 항상 뒤에서 소화 낭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선과 조관우의 중성적 목소리의 음악으로는 왠지 부족하다. 아직 ‘왕과 나’의 멜로가 탄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인물인 판내시부사 조치겸(전광렬)이 여전히 주인공처럼 부각되고 있다. ‘왕과 나’에서 멜로의 본격 구축이 이뤄지면 더 많은 여성시청자를 모을 수 있다.
담덕과 기하(문소리), 수지니(이지아)의 삼각멜로를 다루는 ‘태왕사신기’와 정조(이서진)와 도화서 다모로 입궁한 성송연(한지민)이 안타까운 사랑의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는 ‘이산’은 아직 러브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지만 멜로가 제대로 붙으면 여성 시청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멜로는 역사적 사실과는 벗어난 허구여서 제작진의 상상력으로 얼마든지 여성 시청자의 구미에 맞출 수 있다.
여성 시청자라 해서 사극의 정치관계, 권력쟁투와 찬탈의 영웅 판타지를 즐기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여성 시청자는 남성에 비해 감성에 더 잘 반응한다. ‘궁’이 현대물에 사극을 입혀 새로운 의상과 테디베어 등의 소품을 배치한 것이 나이 어린 시청자와 여성 시청자를 늘릴 수 있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제 사극이 끝나면 배우의 의상과 소품 등 스타일이 여성들에게 유행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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