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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 계약조건으로 본 '사전 제작'의 고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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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사연 많은 ‘비천무’가 마침내 햇볕을 본다. 오는 2월 1일부터 SBS TV에서 금요드라마라는 타이틀로 방송이 된다.
사실 ‘비천무’는 우리나라 드라마사에서 굉장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모든 비평가들이 이상향으로 입을 모은 ‘사전 제작’의 완전한 형태를 띤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첫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사전 제작’을 추진하는 이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전 제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커다란 선결 조건이 버티고 있었다. 바로 ‘저작권(해외판권)’이다. ‘비천무’라는 작품이 지난 4년 동안 창고에 묻혀 있어야 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문제 때문이다. ‘비천무’는 최초로 사전 제작이 이뤄진 작품임과 동시에 ‘저작권’을 놓고 방송사와 싸움한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비천무’의 비애는 저작권을 절대로 포기 않는 방송사와의 싸움에서 진 데서 비롯됐다.
현재의 드라마 외주 제작 시스템은 제작사가 방송사에 방영권과 저작권을 일괄 판매하는 방식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방송사는 드라마를 구매해 지상파를 통해 방영을 하고 또 그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에 판매해 수입을 올린다. 제작사는 드라마를 방송사에 공급하면서 받는 제작비와 드라마 제작 도중 기업으로부터 받는 협찬(PPL)으로 수입을 만들었다. 하지만 ‘비천무’는 2004년 당시로는 방송사 처지에서 엄청난 ‘도발’로 받아들여 졌던 ‘저작권’을 요구했다. ‘차라리 ‘비천무’를 썩히는 게 낫다’는 의견이 당시 방송사의 판단이었다.
그러면 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획기적인 사건이 ‘태왕사신기’에서 일어났다. 배용준의 힘을 업은 제작사 ‘김종학 프로덕션’이 방송사와의 싸움에서 마침내 해외판권을 따냈다. 외주 제작 시스템의 골격이 만들어진 이후 생긴 최초의 사례다. ‘태왕사신기’의 경우 MBC는 국내 방영권 이외의 아무런 권리가 없다.
‘태왕사신기’의 사례는 ‘비천무’에도 마침내 명분을 만들었다. 해외 판권이 없는 방영 계약이 SBS와 이뤄졌다. SBS는 보통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국내 방영권만 사들였다.
그렇다면 ‘비천무’의 해외 판권은 어떻게 됐을까. 국내 방영이 지지부진하고 있는 사이 이미 중국 홍콩 등지에서는 방영이 됐다. 가장 큰 한류 시장인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 이미 판매가 이뤄져 제작사의 수익이 되고 있었다. 일본의 경우는 이번 SBS 방영을 계기로 72만 달러(약 6억 8000만 원)에 판매가 이뤄졌다. 제작 당시로서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약 60억 원) 선구적인 시스템을 도모하려 했던 ‘비천무’ 제작사(에이트픽스)가 긴 세월을 돌아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주연배우 주진모는 29일 제작발표회에서 “중국에서 먼저 방송되는 것을 보고 역으로 중국 팬들이 이메일을 보내오고 그런 것을 보면서 참 슬펐다. 당시 시청자들의 시점에 맞춰 촬영을 했는데 방송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엄청나게 순화된 ‘방송용 멘트’라는 느낌이 확 든다. 제작사 관계자들의 속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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