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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가 만들어지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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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격자’(나홍진 감독)가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신인 감독에 신인 촬영감독, 특출 나게 눈에 띄는 스타들도 없는 영화. 그저 그럴 것만 같았던 영화가 뚜껑을 열어보니 걸작이었다. 30억 원 정도의 순 제작비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참 폼 안 나는 제작 환경에서 폼 나게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를 만났다.
- ‘추격자’가 지난 2월 14일에 개봉해서 2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가 잘 되는 시기에 200만 300만 관객이 들었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도 있을 텐데 요즘 요즘에 한국 영화 시장이 침체기라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감사할 따름이다.
- 한국에서 스릴러라는 장르라고 하며 일단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 한다. 초반에 잘 나가다가 막판에 가면 말도 안 되는 반전이나 결론으로 관객들을 김빠지게 한다. ‘추격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김빠지는 상황은 한 장면도 없었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스릴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관객은 범인을 다 알고 간다. 스릴러가 아니다. 한 사람이 한 생명을 구하러 가는 드라마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장르같다. 관객들은 이미 수준 높은 스릴러를 많이 봐왔다. 뭔가 다른 스릴러를 만들어 내려면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있든지 엄청나게 새로운 스타일로 찍든지 그래야 한다. 그래서 스릴러라는 장르로 잘 만들겠다기보다는 ‘스토리와 사람이 누군지’ 그걸로 출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영화의 스릴러가 붐이라고 하는데 스릴러라는 장르를 쫓아가지 말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누구의 이야기를 하는지’ 원칙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스릴러라는 장르만 생각하면 그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 반전을 위해서 시나리오가 함몰되는 것 같다.
- 메이저 투자 배급사가 ‘추격자’ 시나리오를 보고 거절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본인이 확신한 시나리오가 그렇게 거절됐을 때 답답하고 속상했을 것 같다.
▲일년 내내 거절 당했다. 당시에는 ‘어떻게 이 시나리오를 보고 안 한다고 투자를 안 할 수 있을까’ ‘너무 시나리오를 못 본다’는 오기가 났다. 그래서 100점짜리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시나리오를 계속 고쳤다. 그때는 ‘이렇게 해도 안돼?’ 그러면서 많이 고쳤다. 대사와 지문 하나에도 ‘이것이 최선의 대안인가’ ‘다른 대안이 없는가’ 하는 고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투자사들의 마음도 이해는 한다. 밤이 90%에 비는 계속 내리고 무거워 보이는 스토리, 그 당시에 투자자들이 좋아할 영화는 아니었다. 2006, 2007년에 수익률이 안 좋아서 투자사들이 몸을 사리던 시기였는데 벤티지홀딩스에서 시나리오의 완성도만 보고 투자를 바로 결정했다. 그 다음에 캐스팅이 굳혀졌다.
- 처음에 투자자 쪽에서는 스타캐스팅으로 가자고 했다. 당시 김윤석 하정우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투자를 받고 나서 중호 역을 캐스팅하려는데 김윤석의 매니지먼트가 만들어준 소속사 달력이 보였다. 자다가 눈을 떴는데 김윤석이 앞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다. 그때 ‘김윤석 씨 하면 되겠다’ 당장 전화해서 함께 하자고 했다. 김윤석 씨가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좋다고 했고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하정우씨 역시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라면 모르겠다. 감으로 ‘하정우의 저 얼굴 저 용모, 지영민이란 역할은 하정우가 하면 잘하겠다’고 생각했다. ‘새롭겠다. 한번도 못 본 캐릭터가 나오겠다’는 감으로 밀어 붙였는데 너무 잘해서 진짜 고맙다. 나홍진 감독도 캐스팅에 이견이 없었다. 나 감독도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대표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제목도 캐스팅도 대표님이 다 알아서 해주세요’ 그랬는데 그만큼 본인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 제목이 처음부터 ‘추격자’였나.
▲나 홍진 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가져왔을 때는 제목이 붙어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제가 ‘밤의 열기 속으로’라고 붙였는데 컨셉트가 안 잡혔다. 그래서 포스터의 비쥬얼이 될만한 것을 두고 제목을 다 붙여봤다. 그 중에 ‘추격자’가 가장 잘 맞았다. 전체 컨셉트를 중호의 컨셉트로 잡고 ‘이 사람이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추격자다’는 컨셉트였다. 제목으로 멋 부릴 필요도 없고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주위에서는 ‘너무 직접적이지 않느냐, 촌스럽다’고 했다(웃음).
-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에 대해 어떤 신뢰감이 들어 함께 작업을 하게 됐는가.
▲2005년에 단편 ‘완벽한 도미 요리’를 보고 ‘이 감독 무조건 잡아와. 너무 좋다’고 했다. 나 감독에게 제가 느꼈던 것은 영화 천재라는 것이다. 어떤 샷을 가지고 어떻게 찍어서 어떻게 붙이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정확히 아는 감독이었다. ‘추격자’의 근원이 되는 시나리오를 2006년 1월에 받았다. 처음에는 대충 보려고 했는데 읽으면서 너무 긴장이 됐다. 글로 된 것을 읽어도 긴장이 되고 숨이 먹혀서 바로 전화를 했다. ‘시나리오 많이 고쳐야겠다. 근데 하자. 너무 좋다’고 같이 하자고 했다. 그 이후에 1년간 시나리오를 30번 정도 고쳤다.
- 어떤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고쳐나갔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살인 이야기 같은 것은 한 사람에게 국한 된 것이고 작은 영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영화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심리적 사이즈를 키워서 영화를 키우고 싶었다. 출장안마사에 종사하는 여자들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있고 공권력의 안일과 시스템의 부재. 최대한 우리 영화에서 주제로 살릴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많이 넣었다.
-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스토리에 사회적인 이슈가 적절히 결합됐을 때 관객들의 마음을 더 움직이는 것 같다.
▲작품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주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된다. 출장안마사 같은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출장안마사니까 죽어도 돼 그런 것이 아니라 ‘그 피해자가 당신도 될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이야기로 펼쳐질 수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곳곳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 했다. 미진이가 미혼모인 부분도 그렇다.
- ‘추격자’의 맛은 투박한 뜀박질이라고 생각한다. 김윤석 하정우는 거칠게 막 뛰었고 촬영도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멋 안 부리고 장난 안치고 정공법으로 찍었다.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적합한 리얼리즘을 살려서 찍은 게 좋았던 것 같다. 신인 촬영 감독에 신인 감독,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말렸다. ‘완벽한 도미 요리’를 했던 신인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았다. 이 촬영감독은 장난 안치고 멋 안 부리고 정통으로 정공법으로 찍었다.
- ‘추격자’의 최고의 매력은 무엇일까.
▲관객은 다 범인을 알고 있지만 주인공인 중호만 모르고 있는 상황이 제일 매력적이었다. 시나리오 상으로 보면 관객은 다 알고 중호만 모른다. 관객은 더 안타까울 것 같았다. 그 컨셉트가 가장 좋았다. 그 컨셉트 때문에 하고 싶었다. 다른 스릴러처럼 멋을 부리고 반전을 만들려고 했다면 안 했을 텐데 특이한 것이 모두 다 범인을 알고 가는데 주인공만 모르는 것이었다. ‘이건 무조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사회적 이슈를 넣어 주제가 있는 영화가 됐고 관객들이 그걸 캐치해줘서 감사하다.
- ‘추격자’가 성공을 하는데 모든 것이 다 조화를 이뤄야겠지만 그래도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는데 가장 주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나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나다. 나홍진 감독의 천재적인 연출력이 첫번째이고 모든 연기자들이 정말 몸 사리지 않고 끝까지 너무 열심히 해 줬다. 엑스트라 하나까지 열심히 해줬다. 벤티지홀딩스가 투자를 해줬고 정말 이 영화에 대해 끝까지 믿어준 쇼박스에도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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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영화중에 최고!!
우후후후후 300만 돌파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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