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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노보 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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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네마 노보의 배경
1950년대 초 브라질의 정치 상황은 1930년대 신국가 체제(Estado Novo, 1937-1945)를 주창하던 바르가스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여 민주화가 진행되고 정치 및 문화 활동이 신장되었다. 이에 1952년과 1953년 각기 리우 데 자네이루와 상 파울로에서 영화인들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영화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알렉스 비아니(Alex Viany), 로돌프 나니(Rodolfo Nanni), 도스 산토스(Nelson Pereira Dos Santos) 등이 참석했다. 바르가스 대통령은 인민주의적 개혁을 진행했지만 1954년에 자살했다. 그러나 시네마 노보의 주창자를 포함한 브라질의 지식인과 예술인들은 바르가스의 뒤를 이은 쿠비체크에게 기대를 걸었다.
쿠비체크는 1930년 이래 자기의 임기를 합법적으로 끝낸 유일한 브라질 대통령으로, 그의 재임기간은 사회 전반이 안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전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로 '개발주의'를 주창했다. 하지만 이 이데올로기는 사회·정치적 통제를 내포한 것이었기 때문에 지식인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시네마 노보의 주창자를 비롯한 중산 계급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예술을 브라질 사회의 변혁을 위한 도구로 만들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55년, 시네마 노보의 씨앗이라고 불리는 〈리우40도 Rio 40 Graus〉가 만들어지게 된다.
II. '베라크루즈 영화사' 의 도산
시네마 노보가 등장하기 이전, 브라질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영화사는 '베라 크루즈 스튜디오' 였다. 베라 크루즈는 열 여덟 편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리마 바레또(Lima Barreto)의 〈저항 집단Cangacerio〉(1953)으로,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두 개의 상을 받았고 국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베라 크루즈의 이런 시도는 브라질 영화의 수준을 높였고, 투자 자본을 증가시켰다.
베라 크루즈는 비용이 많이 드는 대작 위주의 사치스러운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 시스템을 유지할 만한 하부 구조를 제대로 갖추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라 크루즈의 욕망은 컸다. 그들은 브라질 국내 시장을 통합하기도 전에 외국 시장 정복에 나섰고, 미국의 컬럼비아 영화사에 국제 배급을 맡겼지만 컬럼비아는 자기네 영화를 선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베라 크루즈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제작비 규모는 브라질 국내 수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에 영화사는 늘 자금 압박에 시달렸고 결국에는 자살 방식이 되버린 단기 고금리 자본을 끌어 들이게 되었다. 베라 크루즈는 1954년에 도산했다.
베라 크루즈 도산의 여파는 광범위했고, 다른 여러 영화사의 연쇄 도산을 불러 왔으며, 대규모 스튜디오 시스템에 근거한 영화제작의 환상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베라 크루즈가 사라진 바로 그 해에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제작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돈이 많이 드는 인위적인 스튜디오 시스템을 거부하고, 그 대신 독립적이며 예술적인 제작 방식을 내세웠다. 이런 새로운 사고 방식은 발전하여 후에 시네마 노보 운동으로 꽃피게 된다.
III. 시네마 노보의 출발
브라질은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다양한 집단에 의해 이루어진 나라다. 스페인 및 포르투갈의 이베리아 반도의 전통,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문화의 영향도 섞여 있으며, 아프리카 문화, 근세에 시작된 대규모 이민을 통해 아시아 문화의 영향도 받았다. 이런 문화적 융합의 과정과는 달리 민중은 경제적인 부의 축적과 분배에서 늘 소외되었고,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즉 기존의 사회를 비판하는, 민중만의 표현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시네마 노보의 출발점이었다.
브라질의 시네마 노보는 당시에 출현한 신영화 아티스트의 욕구 때문에 생겨났다. 1959년 쿠바혁명의 정신을 이어 1960년부터 불 붙기 시작한 시네마 노보 운동은 1964년 쿠데타 이후 쇠퇴기를 맞았다. 1968년 제 2차 쿠데타 이후에는 영화인이 군부에게 쫓겨다니고 망명해야 했다. 글라우베르 로샤(Glauber Rocha)가 바로 그런 경우다. 시네마 노보의 주창자는 정치적·윤리적·사회적으로 자기 나라 민중을 수호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브라질의 뒷골목, 농촌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화면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영화를 추구한 것이다. 동시에 영화를 통해 사회 비판 기능 역시 수행하고자 했고, 그 결과 헐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가 출현하게 되었다.
IV. 시네마 노보의 시초 - 도스 산토스의 〈리우 40도〉
1955년, 시네마 노보의 씨앗을 뿌린 영화 〈리우 40도〉가 도스 산토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리우 40도〉는 높은 온도를 의미한다. 리우 시의 높은 기온과 여러 가지 사회 모순과 분쟁이 뿜어내는 열기, 다양한 삶이 존재하고 한편으로 삼바 음악이 흐르는 도시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한 제목이다. 이 영화에는 리우 시를 사회적 관점에서 보여주기 위해 번화가와 빈민촌, 부유층과 빈민 등 대조적인 장면이 사용되고 있다. 이 영화는 물론 픽션이고 가공된 이야기였지만, 보통의 거리에서 일반인을 등장시켜 도시의 일상생활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었다.
시네마 노보의 수많은 감독 중에서도 도스 산토스의 예를 모방할 수 있는 영화작가는 없을 것이다. 누구도 산토스의 풍부한 다작을 흉내낼 수 없다. 그는 〈리우 40도〉로 브라질 영화계에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기법을 소개했고, 〈황폐한 삶〉은 시네마 노보의 여러 걸작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작이다. 〈사랑을 향한 굶주림〉을 만들 즈음 도스 산토스는 초기의 언더그라운드 영화 운동 뿐만 아니라 두 번째 시기를 맞는 시네마 노보 운동에 대한 고뇌에 찬 자기 반성을 갖는다.
〈정신과 의사〉는 '열대 주의자(Tropicalist)' 시기로 불리는 제3기의 작품으로, 억압적인 이데올로기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그는 민중 문화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여 〈오굼의 부적 O Amuleto de Ogum〉(1974), 〈기적의 천막Tenda dos Milagres〉(1977), 〈길 위의 인생 Estrada da Vida〉(1980)을 만들었다. 〈나의 프랑스인은 얼마나 맛있나 Como Era Gostoso o Meu Frances〉(1971)는 그의 가장 독창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의 또 다른 뛰어난 작품인 〈감옥의 기억 Memorias do Carcere〉(1984)은 20년 전 〈황폐한 삶〉의 영감을 주었던 그라실리아노 하무스의 작품을 다시 영화한 것이다.
V. 시네마 노보의 3단계
1단계(1960-1964) : 시네마 노보 운동은 1950년대 초반의 사회 상황 속에서 국가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토론이 모든 집단의 논의 과제였고, 영화인 역시 땅을 뺏긴 농민의 몰락 과정과 도시 문제를 묘사하기 시작했다. 도스 산토스의 〈황폐한 삶 Vidas Secas〉(1963)과 루이 게라(Ruy Guerra)의 〈총 Os Fuzis〉(1964), 글라우베르 로샤의 〈검은 신, 흰 악마 Deus e o Diabo na Terra do sol〉(1964)가 이시기의 작품이다. 이시기의 영화를 움직인 주제는 '소외' 로, 영화제작자들은 사회의 변혁 과정에서 브라질 국민의 자각을 불러일으키길 원했다.
2단계(1964-1968) : 브라질은 1922년에서 1961년 사이에 열네 차례의 쿠데타를 경험했는데, 1964년의 쿠데타는 그 이후 1985년까지 21년간 지속된 군부 통치의 서막을 연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정치적 자유는 억압되고 검열이 강화되는 등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계속되었지만, 시네마 노보 그룹은 이 시기에 문화적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영화적 관심사를 지방에서 도시로, 살 곳을 잃고 부랑하는 농민이나 도시 빈민에서 중산 계급으로 바꾼다. 이것은 장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조앙 굴라르 대통령의 정치적인 실험의 실패와 그것이 가져온 군부 통치의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른바 중산층의 배반에 대한 뼈아픈 반성 때문이었다. 다가올 쿠데타를 예견하지 못한 지식인, 개혁의 과정에 힘을 몰아주지 못한 중산층의 이기심과 근시안에 대한 반성의 결과가 반영된 이 시기의 영화는 사라세니(Saraceni)의 〈도전 O Desafio〉(1965), 로샤의 〈분노의 땅Terra em Transe〉(1967), 도스 산토스의 〈사랑을 향한 굶주림 Fome de Amore〉(1968)등이다.
3단계(1968-1972) : 이 시기는 군부 독재가 더욱 강화되고, 브라질 국민 전체가 신경 쇠약에 걸려 있었으며, 고문이 일상화되었다. 따라서 영화인은 자신의 의견을 곧바로 표현할 수 없었으므로 알레고리가 영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안드리지(Andrade)의 〈정글의 괴물 Macunaima〉(1969), 도스 산토스의 〈정신과 의사 Azyllo Muito Louco〉(1970)등이 이 시기의 영화이다. 1973년에 이르면 응집력있는 운동으로서의 시네마 노보는 막을 내리고, 각자는 자기의 개성에 따라 제각기 다른 길을 가게 된다.
VI. 로샤와 '굶주림의 미학'
브라질의 영화 역사에서 분기점을 이루는 것은 글라우베르 로샤다. 즉 브라질 영화사는 로샤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그는 미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견해에 있어서도 명백한 영향을 끼쳤다. 로샤는 러시아의 에이젠슈테인의 작품과 이론 그리고 표현 방식에 영향을 받은 서사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그의 영화는 질적으로 강하고 폭발적인 영향을 일으켰고, 따라서 브라질 영화는 그의 작품 이후 변화하게 되었다. 〈돌개바람Barravento〉(1962)는 그의 첫 번째 극영화로, 그가 스무살이 될 때까지 살았던 그의 고향 바히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런 로샤의 세계관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5년 제네바에서였다. '세계 공동체 속의 제3세계' 라는 심포지엄에서 로샤는 '굶주림의 미학' 이란 말로 브라질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다른 국가에서의 작업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를 설명했다. 브라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삼바도, 광적인 축구 열기도 아니다. 그것은 굶주림이다. 굶주림은 그 내부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한 대의 카메라를 들고 굶주림의 한 가운데서 일하는 것이 바로 그의 미학이었다. 1960년대에 그는 세 편의 극영화를 만들었고 이들 영화는 세계의 관심이 라틴 아메리카와 브라질의 영화에 쏠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억압적인 정치 상황으로 인해 브라질을 떠나야 했고, 1970년대를 외국에서 보냈다.
로샤의 세 번째 장편인 〈고통의 땅 Terra em Trans〉(1967)은 엘도라도를 배경으로 신화적인 요소를 지닌 작품이다. 엘도라도는 황금으로 가득찬 곳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주인공은 '고통받는 땅'에서 시인으로만 살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늘 거론되는 예술의 진로를 그린 영화로 "정치적이지 않은 예술은 없다"는 로샤의 신념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페인식 이름과 포르투갈식의 이름이 섞여 있다. 외세와 압제로부터 자유로운 라틴 아메리카 통합 국가를 그리는 감독은 '고통의 땅'이 '평등의 땅' 엘도라도가 되길 소망하고 있다. 브라질 사람은 자신의 소망을 담은 듯 로샤를 '예언자'라는 영예로운 칭호로 부른다.
그의 마지막 극영화인 〈지구의 나이A Idade da Terra〉(1980)는 그가 귀국한 후 완성되었다. 로샤는 가벼운 병을 앓다가 1981년에 갑작스럽게 죽었다. 그는 가장 뛰어나고 가장 논쟁적인 시네마 노보의 대변인이자 걸출한 이론가요 실천가로 기억되는 영화 감독이다.
VII. 시네마 노보의 3대 걸작
시네마 노보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3대 걸작은 도스 산토스의 〈황폐한 삶〉, 글라우베르 로샤의 〈검은 신, 흰 악마〉, 루이 게라의 〈총〉이다.
①〈황폐한 삶〉은 시네마 노보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브라질 북동부를 배경으로 한 가난한 시골 농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농지개혁의 문제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가 한창 제기되던 때 제작되었다. 브라질은 큰 영토를 가진 나라고, 경작지 규모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반면 농지 소유권 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농지가 없는 대다수의 농민들은 대도시로 이주할 것을 권유받았다. 농민에게는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지를 갖는 것이 바로 행복한 삶을 의미했다. 〈황폐한 삶〉은 이런 심각한 농촌 현실과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 만든 영화다. 도스 산토스에게 있어서 영화란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꿈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②〈검은 신, 흰 악마〉의 주제는 단 한가지다. 땅은 신의 것도 악마의 것도 아닌 다만 인간의 것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안토니오라는 살인 청부업자를 통해 대부분의 좌파 인텔리겐차의 모순과 고민을 상징화한 하나의 인물을 창조해 냈다. 이 영화에서 목동인 마누엘은 흑인 신인 세바스티앙 성인에게 매료되어 그 성인만이 인간을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이내 저항집단(Cangaceiro)인 '로우로' 악마에게 이끌리게 되어, 그의 폭력만이 북동부의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빈곤층을 대표하는 주인공 마누엘 외에 중산층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 안토니오가 있다. 그는 지방 세력가를 위해 일하다가 저항 집단을 위해 일하고 다시 지방의 세력가에게 저항하는 인물이다. 안토니오는 굴라르 좌파 정부를 지지하다가 쿠데타가 일어나자 군부를 지지했던 브라질의 중산층의 성향을 비판하기 위해 등장한 인물이다.
③한편, 〈총〉은 루이 게라의 두 번째 영화로, 원래 그리스에서 만들려고 계획했지만 검열 때문에 배경이 브라질로 바뀐 작품이다.
그리스 판은 굶주린 늑대 떼가 마을을 공격하자 마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가 파견되고 마을 사람과 군인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브라질로 바뀌자 스토리 라인도 변하게 된다. 브라질 판에서는 늑대를 대신하는 것이 동북부 지방의 극심한 가뭄이다. 파견된 군대의 임무는 마을 주민을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부자의 식량 창고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게라는 여기에 덧붙여 원래의 이야기에는 없는 종교적 신비주의의 색채도 가미했다. 〈총〉의 주제는 농부와 도시민(파견된 군인으로 대표되는)간의 정치·경제적인 갈등이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파견된 군대 내부의 갈등이다. 군대는 농부와 지방의 세력가 사이에서 억압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데, 결국에는 그들의 대립을 격화시키고 만다. 이 영화는 그 형식에 있어서도 분절적이다. 가뭄과 빈곤의 농촌 풍경은 농부의 숙명론과 수동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반면에 군인은 동적이고 복잡한 현대 사회를 대표하고 있다. 가뭄의 폐해를 세트로 사용한 다큐멘터리 시퀀스는 동네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군인은 배우지만 도시 출신에 걸맞게 도시민의 배역을 맡고 있다.
〈총〉은 〈황폐한 삶〉,〈검은 신, 흰 악마〉와 더불어 시네마 노보의 3부곡 가운데 하나다. 이 3부곡은 모두 브라질의 동북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가뭄과 빈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총〉이 나머지 두 작품과 구별되는 점은 결말부의 처리다. 〈황폐한 삶〉이나 〈검은 신, 흰 악마〉는 모두 등장 인물의 처지가 영화의 첫 부분과 마찬가지인 채로 끝난다. 〈황폐한 삶〉의 파비아노는 가난한 소몰이꾼인데, 영화의 결말부에서도 역시 집 없이 떠돌면서 가족의 생활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에 의지하고 있다. 〈검은 신, 흰 악마〉의 마누엘 역시 단일한 캐릭터다.
비록 그가 영화의 결말부에 자유로운 질주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의 의식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의 자유는 신과 악마, 역사와 신화의 투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자신의 변화와는 관계가 없다. 〈총〉의 주인공 마리오는 진화하는 캐릭터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그는 다른 군인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역할에 대한 막연한 의식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 그는 파울로 프레이리가 말한 '정치 의식의 고양'을 경험하는데, 이것은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 세 편의 영화는 모두 로샤가 주창한 빈곤의 미학을 따르고 있지만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로샤의〈검은 신, 흰 악마〉의 경우, 빈곤의 상황을 바라보는 카메라 촬영은 감독의 느낌을 싣고 있다. 만약 감독이 비참한 상황을 보고 격분한다면 카메라 역시 그 격분과 흥분을 느끼고 그 감정을 전달할 것이다.〈황폐한 삶〉에서는 반대로 혹독한 빈곤과 처참한 삶의 현장 앞에서 카메라는 문제를 생각하고 살펴보는 듯 멈춘다. 마음보다는 머리로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관조하듯이 움직인다.〈총〉의 경우에는 카메라는 놀라 벽에 기대듯 꼼짝하지 않고 멈추어 버린 듯한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긴장이 폭발하는 영상이다.
♤참고자료♠
§1964년 쿠데타
바르가스 통치기에 노동부 장관이었고, 이후 노동당 당수였던 조앙 굴라르는 거국 내각을 구성해 노동당과 민족 민주 연합의 정치적 지원을 받으려 했다. 보수파와 중도파의 협조를 동시에 구하려는 그의 노력은 그러나 민족 민주 연합과 민주 사회당의 관계가 원만치 못한 까닭으로 좌절되었다.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공업 분야의 발전을 주된 목표로 하는 그의 개혁 정책은 군부와 언론인, 일부 정치인의 반발을 사게 되었고 군부는 군민 애국 전선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물가 진정을 위해 단행된 화폐 개혁은 파업의 확산을 불러왔다. 결국 1964년 3월, 반 굴라르파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그를 축출한다.
§열대주의자
1964년 쿠데타 이후 검열이 강화되자 시네마 노보 그룹의 작품 경향은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열대주의자'는 당시 식인주의와 함께 등장한 용어다. 일부러 브라질 민중 문화의 화려하고 조잡한 색깔을 사용하여 할리우드에 물들기 이전에 대중 문화에 사용되었던 색채를 강조했다. 이런 경향을 지칭하는 용어가 열대주의이고, 산토스의 3기 영화가 대표적이다.
§<총>
1964년 작. 감독 루이 게라. 브라질 북부의 전형적인 기아 지역에서 일어난 굶주린 농민들의 정치적인 저항을 그리면서 감독은 사실주의적인 미학을 위해 픽션과 다큐멘터리 기법을 혼용했다.
§<리우 40도>
1965년 작. 감독 도스 산토스.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아 독립 제작. 비전문 배우의 기용. 스튜디오가 아닌 실제 현장을 세트로 사용했다. 하지만 검열 때문에 상영 금지당했다. 이 영화가 건전한 브라질 도덕에 어긋난다는 것과 실제로 리우시가 40도까지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작품은 빈민가에서 자란 다섯 명의 땅콩 장수 청년이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가서 겪는 아픔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마리카나 축구장과 빈민가의 풍경, 관광객이 바라보는 리우시의 중심가와 그 이면에 자리잡은 빈민촌, 삼바리듬에 실린 이 영화는 브라질 민중의 삶이라 할 수 있다.
§<돌개바람>
1962년 작. 감독 글라우베르 로샤. 로샤의 첫 장편 영화로, 이탈리아 감독 비스콘티의 <대지는 흔들린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그의 고향인 브라질 동북부 바히야 지방의 어촌을 배경으로 어부와 바히야 출신의 도시인, 그물 주인인 지배층의 관계를 그린 영화로, 시적인 서정성을 지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황폐한 삶>
1963년 작. 감독 도스 산토스. 시네마 노보 최고의 걸작인 이 영화는 몇 년 후 발표될 글라우베르 로샤의 '굶주림의 미학'을 이미 형상화한 '굶주림의 영화로 불린다.
§<검은 신, 흰 악마>
1964년 작. 감독 글라우베르 로샤. 빈곤층을 대표하는 마누엘과 중산층을 대표하는 안토니오를 중심으로 1964년 쿠데타로 심각한 굴라르 정부 당시의 사회상을 그린 작품이다. 굶주림이 그 본질인 사회의 질서를 바꾸는 것은 오직 폭력 뿐이라는 감독의 신념이 드러나 있다.
출처 : [기타] http://myhome.hanafos.com/~letras/cinema/cinemanov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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