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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비의 조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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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비의 조달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지만, 대중의 인식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영화감독이 대지도 않으며 영화사가 대지도 않는다. 감독이나 영화사에서 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현재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제작비 조달, 즉 펀딩이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몇몇 경우들에 국한된 것이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은행에서, 완성된 영화, 또는 그에 상응하는 무엇을 가지고서 대출을 해주는 일은 거의 없다(은행권의 영화관련 상품은 우리 나라에 현재 딱
한 개 밖에는 없으며 그마저도 사실상 큰 역할은 못하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수익률이 상당히 낮고, 위험도가 큰 영화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는, 다른 물건을 담보로 대출 받는 형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Completion Bond가 있어 이러한 상황은 좀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는(별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판권담보융자를 해주고 있다. 영진위에 영화의 기획서와 시나리오 등을 포함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영진위에서 심사를 거쳐 지원작을 선정하고 자금을 지원해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는데, 지원액수가 2억, 3억 정도로 현재 우리 나라 영화들의 평균 제작비가 25억에 육박하는 실정에서 실제 영화 제작에 별로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데다, 영진위의 공적 성격상, 일반적인 상업영화에 지원하기보다는 예술영화나 저예산영화 등에 지원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 이런 지원을 받아 완성된 영화들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상업영화들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영진위의 판권담보융자 역시 아주 적은 수의 영화들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작비 조달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 일반의 인식과 달리 기업체들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걸어 영화사에 투자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헐리우드 영화들에는 영화 속에 자신의 브랜드나 제품을 노출시키는 PPL 광고 등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이런 돈들은 사실상 '투자'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업체들이 PPL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가 흥행한다고 해도 스튜디오는 기업체들과 수익이나 지분을 나누지는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때 대기업들이 영화제작에 뛰어들었을 때, 직접적으로 대기업 자본이 영화산업에 흘러들어온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대기업들이 '어떤 조건 사항을 걸어'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일은 없다. 현재 우리 나라 기업들 사이에서는 PPL에 대한 인식이 낮은 데다, 실제로 그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아 이런 일은, 헐리우드와 달리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기업체들의 영화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은 '협찬'이라는 소극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으로서의 자사 제품을 무상으로(그러나 실제 제작비 규모로는 그리 크지 않은데다 기업들이 보통 TV 광고나 지면 광고 등을 통해 사용하는 마케팅비의 규모로
봤을 때, 그 비중에서도 턱없이 적은 규모의 비용) 대여한다든가 촬영에 필요한
것 중에 실제로 돈이 들어가지 않는 범위에서 협조한다든가,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원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 영화에서, 대부분의 영화들이 제작비를 마련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투자배급사나 창업투자사, 투자조합 등을 통해 조달하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우선 우리 나라 영화산업이 그간 어떤 식으로 제작비를 구해왔는지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충무로 토착자본의 시기>
우리 나라의 경우, 9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영화산업이랄 게 거의 없었다고 봐도 좋은 상황이었다. 그 시기에는 부동산 등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많은 여유가 있는 후원자들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했었다. 그러다 보니 매번 영화를 만들 때마다 제작비를 구하거나 투자자를 구하는 방식이 달랐다. 흥행에서 실패하기라도 하면 제작자는 은행이나 채권자들에게 쫓겨 다니기도 했고, 땅이나 집 같은, 담보로 잡힌 부동산을 채권자들에게 넘겨줘야만
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내려오던 자본들은 형태는 바뀌었지만 지금도 약간은 남아있는데 이른바 충무로 토착자본이라 할 수 있다.
* 80년대 말, UIP 직배가 있기 전, 한동안 우리 나라 영화의 전성기라고 불리우던 시기에 우리 나라의 연간 영화 제작편수가 270편이 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이렇게 많은 수의 영화가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었음에도, 영화산업이랄게 사실상 없었다라고 하는 것은 제작 편수는 엄청나게 많았지만, 제작과 유통 전체의 시스템이 산업으로 갖추어야할 조건들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멀티플렉스는 고사하고 개봉관 마저 많지 않던 시기에, 그렇게 많은 수의 영화들이 만들어졌던 것은 사실상, 박정희 정권의 외화수입쿼터 때문이었다. 일정수의 영화를 만들고 상을 탄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당시 돈이 되는 외화를 수입할 수 있는 쿼터를 할당해줬었는데 이 때문에 일부 제작자들은 우리 영화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화를 수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날림으로 우리 나라 영화를 만들기도 했었다. 이런 영화들 중 개봉도 되지 않고 바로 창고로 직행한 영화들도 수두룩했다고 한다. 모든 제작자들이 그랬던 것도 아니고, 모든 영화들이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것도 아니었고, 이렇게 많은 제작편수로 인해 사실상 많은
노하우가 업계에 쌓이게 되어 득이된 점, 즉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이러한 외형적인 규모와 내적인 불균형은 박정희식 개발, 발전 논리의
폐해의 산물이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라고 할 수 있다.
* UIP 직배 이후, 연간 제작편수는 엄청나게 줄어, 한 해 만들어지고 개봉된 영화가 40편을 밑돈 적도 있었다. 최근, 98년 경부터 연간 제작편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는 연간 50편에서 60편 사이가 제작되고 있고, 기획 중인 프로젝트들의 수는 훨씬 더 많다. 외화 직배 허용을 놓고, 당시에 많은 논란이 있었고, 그 자체로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결과들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외화 직배는 우리 나라 영화산업의 산업화를 당기게 된 큰 원인 중 하나로 기능했다. 물론, 이러한 산업화가 우리 나라 영화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일어났다기보다는, 외화직배라는 외부적인 압력요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라는 점에서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많은 희생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대기업 자본의 시기>
그러다, 90년대 초반에 대기업들이 영화제작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변하게 된다. 거의 가내수공업이나 다름없었던 영화제작이 산업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게 된다. 기술적인 발전으로 인한 매체의 발달로 인해, TV, VTR 등의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있었던 대기업들은 향후 미디어 시장의 컨텐츠를 선점하기 위해 영화 제작업에 나서게 된다.
이때 당시,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던 대기업이 직접적으로 영화의 제작비를 댔었다. 그러나 영화의 수익률이 너무 낮았고, 기존의 영화제작업계와 대기업 사이의 시스템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로 인해 이러한 관계는 오래 가지 않아 대기업들의 영화제작업 철수로 흐지부지하게 되고 만다.
* 여기서 잠깐. 비디오 시장이 커지던 80년대, 90년대 초에는 비디오 판권을 미리 넘기는 형태로 비디오 유통사들이 제작비를 지원하기도 했었다. 현재는 비디오 시장이 크게 위축된데다, 영화의 제작비 규모가 상승해 전체 제작비 규모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고 있다.
<벤처, 금융자본의 시기>
대기업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그 뒤를 이은 것은 창업투자사(이하 창투사)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 또는 벤처자본들이었다. 대기업들이 영화제작업에 일정한 시스템을 갖추려 했던 노력은 몇 가지 시스템과 인력을 영화산업에 남겼는데, 창투사 등의 금융, 벤처자본들은 이러한 토대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영화산업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투자사들은 기본적으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활동을 대행하는 회사들로서, 자금 여력이 있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그 돈을 투자자 대신 투자할 대상을 심사, 선정해 투자한 뒤,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사들이다. 말하자면, 증권사에 개인 투자자가 돈을 맡기면 그 돈을 증권사에서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대신 투자해주는 상품과 같은 것인데, 이렇게 하면 창투사는, 개인 투자자로서는 만들 수 없는 큰 규모의 돈을 모을 수가 있어 그 돈으로 규모가 큰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직접 어떤 사업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거나 선정하는 복잡한 일을, 해당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에 맡길 수 있어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과정에서, 영화산업에 제일 먼저 들어왔던 금융자본이었던 일신창투에서 투자한 은행나무침대가 상당한 성과를 보인 뒤, 쉬리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대박을 터트리자 영화로도 상당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영화제작에 금융자본들이 들어오면서 많은 창투사가 생겨나게 되었고, 영화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창투사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90년대 말 산업적인 측면에서 우리 영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쉬리는 대기업인 삼성영상사업단이 주가 되어 제작된 영화였는데, 삼성은 이 영화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삼성영상사업단을 해체해 영화산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게 된다.
벤처열풍이 불던 상황에서, 벤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갈
곳을 찾다가 쉬리 등의 성공으로 인해 영화산업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영화가 자금 여력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져서 개봉되어 수익이 돌아오기까지의 기간이 6개월에서 길어야 1년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짧아 자금 회전이 빠르며, 부동산 등에 비해 유동성이 훨씬 크다는 점, 게다가 증시를 예측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과정과 결과가 덜 복잡하게 보인다는 점 등에서였다. 사실 영화의 흥행은 아무도 모르는데다, 주식시장만큼이나 복잡한 많은 요소들이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흥행의 예측에 대한 부분은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상당히 많은 창투사들이 만들어졌었고, 이 무렵, '국민의 정부'의 영화 진흥책과 맞물려 여러 투자조합들도 결성이 되게 된다. 한동안, 엄청난 규모의 돈이 영화산업에 돌아다녔는데, 이때가 영화산업에 돈이 넘쳐났다라고들 얘기하던 시절이 이었으며, 이후에 개봉한 큰 규모의 영화들의 대부분이 이 시기에 기획되었다.
투자조합은, 조합원들이 내놓은 돈을 갖고 3년이면, 3년, 5년이면 5년 등 정해진 기한 동안 그 돈을 굴려, 최종적으로 원금과 수익을 지분대로 나누고 해산하는 것으로, 여러 창투사들을 비롯해 배급사와 영화사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일부 투자조합에는 영진위가 직접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조합원이라고 해서 어떤 한 개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이러한 회사들과 기관들로 이루어져있다) 투자조합은 창투사보다 더 큰 규모로 운영되는 것으로, 결국에 하는 일은 창투사와 비슷하다. 작게는 50억에서 많게는 100억, 150억 단위로 대체로, 개개의 창투사들보다는 훨씬 큰 규모로 운영된다.
하나의 창투사, 또는 투자조합이 100억의 돈을 갖고 있다고 하면, 이들은 여러 가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간단한 예로 10편에 10억씩을 분산투자할 수도 있고, 흥행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영화 한편에 100억을 다 몰아줄 수도 있다.(물론 이럴 경우 위험도는 맥시멈이다)
그러나 창투사나 투자조합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도박을 하기보다는, 실제로는 증권사들이 주식투자를 하듯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위험도가 낮고 안정적이지만 낮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영화와, 위험도는 높지만 수익률 역시 높게 기대되는 영화 등에 분산투자를 하게된다. 이렇게 해야 위험도가 높은 영화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위험도가 낮은 영화에서 손실분을 상쇄시킬 수 있고, 위험도는 높지만 수익률이 높은 영화를 통해 전체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작비를 끌어오는 일을 하는 것은 제작자인데, 제작자는 자신의 영화를 들고 이러한 투자사들을 찾아가 설명을 한 뒤,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들게 된다. 한편의 영화가 온전히 하나의 창투사, 하나의 투자조합의 투자로만 만들어지지는 않고, 대부분 여러 회사에서 각각의 지분을 갖고 참여해 각각이 위험을 분산해 부담하게 된다. 물론 한 회사의 전액투자로 이루어지는 영화들도 상당수
있지만, 많은 경우에 여러 회사나 조합에서 1억 5천, 2억 등, 작은 규모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쉬리, JSA, 친구 등의 성공과 2001년에 이어졌던 흥행작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금융자본들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영화산업 전체의 수익률은 기대보다 훨씬 낮았다. 흥행이 되는 영화들은 크게 성공했지만, 안 되는 영화들이 시장에서 심하게 외면당했던데다, 흥행이 된 영화의 수는 너무 적었고, 안 된 영화들은 너무 많았으며, 전체적인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수익률이 전보다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여러 영화에 동시에 투자를 하는 창투사들로선 한 영화로 큰 돈을 벌었다고 해도 다른 여러 편의 영화들로 그 돈을 다 잃는 실정이었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수익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바로 2002년에 있었던 큰 규모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서 실패하게 된 사건이었다.
예스터데이, 아유레디 등 60, 70억 이상 들어간 대규모 영화들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 이어진 110억 짜리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흥행실패는, 실제 전체 영화산업에서 움직이는 돈의 규모에 비하면 그렇게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음에도, 영화산업을 따라 움직이는 전체 자금의 흐름을 순식간에 경색시켰다. 2001년, 37.6퍼센트였던 전체 우리 나라 영화산업의 수익률은, 2002년, -17퍼센트로 떨어졌다. 2001년에는 영화에 1,000원을 투자하면 376원의 이익을 냈던 반면, 2002년에는 1,000원을 투자하면 170원을 손해봤던 것이다.
이렇게 수익률이 낮았던 것은, 물론 많은 돈을 들여 큰 규모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영화들도 애초에 수익을 내기
힘들었던 데에 어느 정도 원인이 있었다.
우선, 90년대 말, 12억이었던 평균제작비는 현재 25억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99년 당시 쉬리가 다른 영화의 몇 배나 되는 제작비를 쓴 블록버스터였음에도 25억 정도 들었는데, 지금으로서는 이런 제작규모로는 블록버스터라고 부르기 민망한 정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가 상승과 물적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제작비의 상승도 있지만, 멀티플렉스의 확산으로 인해 전국에 걸쳐 동시에 많은 수의 상영관을 잡고 대규모 개봉을 하는 배급 방식인 와이드 릴리스가 보편화 되어 P&A 코스트가 높아진 것에도 일정정도 이유가 있었다.
와이드 릴리스를 하게 되면 개봉일 부근에 집중적으로 단기간에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이렇게 하려면 개봉에 앞서 많은 마케팅비를 지출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스크린 하나당 한벌의 프린트(영화상영용 필름)가 필요한데, 전국 100개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개봉하려면, 이 경우 모두 100벌의 프린트가 필요하다. 프린트 한벌당 가격은 대략 200만원 가량으로, 이 경우, 프린트 가격만 2억이 되는 셈이고, 2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면, 프린트 비용에만 4억 가량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홍보와 관련한 각종 부대비용이 추가 되면, 총 마케팅 비용이 10억, 15억을 넘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의 마케팅 비용이 10억 단위를 넘거나, 순제작비와 비슷, 또는 그 이상 초과하는 경우들도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개봉했는데, 결과가 나쁘면, 뒤이어 와이어 릴리스 되는 영화들로 인해 곧바로 극장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앞서 지출한 대규모 마케팅 비용 역시 수익률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되었다. 실제로 25억을 들인 영화는, 전국에서 100만 관객이 들어야 이익을 내기 시작한다. 25억을 들여 만든 영화의 관객이 100만이라고 하면, 실제로 영화는 한푼도 벌지 못한 셈이 된다. 게다가 은행이자율 등을 통한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해에 100만을 넘기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우리 나라 영화 산업 전체로 봤을 때 수익률이 낮아진 현상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현재>
수익이 나지 않자, 투자자들은 창투사로부터 돈을 빼거나 자금의 집행을 중단시켰다. 벤처붐이 가신 뒤라, 창투사들로 흘러들어오는 돈줄 역시 말랐고, 이런 돈들은 다른 시장, 즉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 등으로 일부 옮겨가게 되었다. 상당수의 투자조합들은 해체시기가 아직 남았기 때문에 현재에도 계속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메이저로 떠오른 것이 투자배급사다. 그렇다고, 이전에 대기업들이 철수하듯이 영화와 관련된 투자를 하는 창투사들이 다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투자조합들은 해체시기가 아직 남았기 때문에 현재에도 계속 운영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수의 창투사들이 이 조합들의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산업적인 역할에서의 촛점이 옮겨갔다는 것이다.
투자배급사는 영화에 대한 투자도 하지만, 동시에 영화를 유통시키는 배급업을 함께 한다. CJ엔터테인먼트나 플레너스의 시네마 서비스, 쇼박스 같은 메이저 배급사들은 극장체인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즉 유통 뿐 아니라, 소매까지도 함께 하는 것인데, CJ는 CGV, 시네마 서비스는 플리머스, 쇼박스는 메가박스 등의 체인을 소유하고 있다.
투자배급사에서는, 제작사에 투자를 해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를 스스로 유통하면서 영화를 통해 수입을 얻게 되고, 그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다시 영화를 만든다. 물론 투자배급사들 역시 개인, 기관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집행을 대행하지만, 영화로 벌어들인 돈이 다시 영화에 재투자 된다는 측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자금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영화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의 자금의 흐름은 투자배급사들을 통해, 영화산업 내부에서 움직이는 비중이, 이전의 영화산업 밖에서부터 흘러온 돈들보다 더 의미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는, 어떻게 보면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자금이 재편되는 시기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영화가 산업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돈은 영화를 통해서 나와야 한다. 금융자본은 그 속성상 항상 수익률이 더 높은 곳을 향해 움직인다. 안정적으로 영화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재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여러 투자조합과 투자배급사들로, 특히 투자배급사는 직접적으로 영화를 배급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극장체인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극장에 걸 영화를 필요로 하며, 영화를 통해 돈을 번다. 이런 자본이야말로 안정적으로 영화산업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그런 시스템이 우리 영화
산업 내에 안착되었다라고 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방향은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정을 해볼 수는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 나라에서 영화가 산업으로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있기 때문에 영화산업 외부에서(금융자본 등) 돈이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산업적으로 성숙된다면 영화산업이 스스로 번 돈으로 스스로를 먹여살리고 재투자를 이루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드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 영화 산업이 자생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우리 영화 산업은 현재로선 아직 이 단계에까진 이르지 못했으며 이제 막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중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재경부 등에서는 현재 겉보기로 나타나는 점유율을 통해 우리 영화가 충분한 자생력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며, 스크린쿼터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스크린쿼터를 폐지하게 되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재까지 우리의 영화산업이 외부의 자금 투입으로 돌아가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는데다 실질 수익률이 낮은 이유 등으로 인해, 순식간에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략 추산하기에, 현재 우리 나라 영화산업에서 돌아다니는 돈의 규모는 1천억에서 2천억 가량 된다고 하는데, 이는 하나의 산업으로서 큰 규모가 아니다.(영화산업의 규모가 1천억 대였을 때, 우리 나라 게임산업의 규모는 7천억이었는데, 이때나 지금도 게임 산업 역시 메이저한 산업은 아니다) 결국 우리 나라 영화제작자들은 단순 수치로는 많아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별로 많지 않은 돈을 갖고 영화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사실 영화의 제작비를 마련하는 문제는, 영화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해외 판매, 배급 등과 함께 맞물려 해외에서 투자받는 경우도 있고,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영화 편수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극장에 걸리는 상업영화는 대략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방식과 시스템을 거쳐 제작비를 조달하고 있다.
그럼 제작비를 대는 주체, 도대체 그 사람들은 누구일까?
물음에 답을 하자면, 충무로 토착자본의 시기와 대기업 자본의 시기 그리고 금융자본의 시기까지는 자금 여유가 있는, 말 그대로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부동산으로 벌었든, 사채로 벌었든, 벤처 기업으로 벌었든 아니면 하루하루 지게를 져서 벌었든, 아니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벌었든 여유 자금을 가진 사람들이 그 여유 자금을 굴리는 과정에서 영화 제작에 돈을 댔던 것이다. 그럼 지금은 누구냐라고 한다면, 지금도 역시 그런 사람들이 돈을 대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제작에 돈을 대는 사람들은 바로,
관객이다.
관객이 낸 입장료가 영화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매하는 모든 회사들에게 수익으로 돌아가고, 그 돈으로 다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영화산업 외부에서 유입되어오는 자금 흐름의 촛점이 어느 정도 이런 방향으로 옮겨가며, 긍정적인 순환고리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생각되며, 미래에는 영화 산업을 둘러싼 자금이 이러한 흐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100퍼센트 영화가 벌어들인 수입으로 영화산업이 유지된다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로, 실제로 그렇게 되지도 않으며, 그렇게 되서도 안 된다. 영화산업이 산업적으로 성숙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영화산업 자체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관객들로 인해 얻는 수입의 비중을 높이면서, 동시에 다른 산업과의 연계도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라 생각된다.
출처 : 네이버 satware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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