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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지 없이 '원 모어 타임'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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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모어 타임’이라는 노래 제목은 가요계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해외 원곡을 ‘한번 더’ 번역해서 부르거나 국내 명곡을 ‘한번 더’ 리메이크하는 바람이 거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예 이런 곡들로 채워지는 컴필레이션 음반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로움에 목마른 음악 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창작 의지가 실종된 2008년 가요계의 오늘을 짚어봤다.
#번안곡 열기
합법적인 복제품이 가요계를 평정하고 있다. 해외 원곡을 바탕으로 만든 번안곡이 최근 가요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2007년 하반기 원더걸스의 <텔미>가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더니 2008년에는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이 그 흐름을 잇고 있다. <원 모어 타임>은 이탈리아 가수 인그리드의 노래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유로 댄스곡이다. <텔미>가 원곡 의 주요 리듬을 샘플링한 것에 비해 <원 모어 타임>은 원곡에 보다 충실한 모습이다. 온라인 포털에는 쥬얼리와 인그리드의 춤동작을 교차해서 편집한 게시물이 인기를 얻을 정도로 원곡에 손을 안 댔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원 모어 타임>은 ‘텔미’의 히트 공식을 따라왔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나 재미있는 춤동작은 ‘텔미’의 성공에서 확인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텔미>의 경우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 한국적으로 잘 편곡시켰다. 기승전결의 짜임새로 수준급이다. <원 모어 타임>은 원곡을 판박이처럼 따오는 형식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베사메무쵸><고엽>등의 곡은 1960년대 국내 가수들이 가사를 번역해서 부른 곡들이다. 당시에는 해외 음악계와 교류가 현재보다 드물었다. 음악 저변이 넓었던 해외의 곡들의 멜로디를 빌려와 한국어 가사를 붙이는 것은 흔한 일처럼 받아들여졌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요즘 또 다시 이런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텔미><원 모어 타임>이 연이어 히트를 하면서 음반 제작자들도 해외 유명 곡을 사오는데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음반 제작자는 “유명 작곡가에게 통상적으로 1,000만원 이상 쥐어주는 작곡비나 원곡을 사오는 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다. 신곡을 받는 비용보다 일단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던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손쉽게 앨범을 제작할 수 있다. 원곡자에게 사용권한을 합법적으로 위임 받기 때문에 표절 시비에 걸릴 염려도 없어 제작자들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리메이크 열풍
1990년대 인기를 얻은 발라드 곡들도 대거 리메이크 되고 있다. 박혜경 리아 등은 최근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랑과 우정 사이><아름다운 이별><아마도 그건><너의 뒤에서><고해>등 남자 가수들이 부른 1990년대 발라드 곡을 여성 음색으로 다시 불렀다. 여기에 이승기 이루도 가세했다. <다 줄거야><마지막 콘서트>등을 리메이크했다. 함소원 송창의 같은 비 전문 가수들도 <크로스><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들고 나왔다. 가요계에 화제를 만들어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리메이크 곡도 합법적인 복제품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불황이라고 하지만 과거 인기 곡을 조금씩 바꿔서 부르는 것에 익숙해지는 건 결국 ‘제살파먹기’다. 창작이 둔해지면 다음 세대까지 들을만한 명곡은 더 이상 영원히 나오기 힘들어 진다. 신인이야 인지도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중견 가수들이 리메이크에 몰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육지책이냐, 창작 의욕 부재냐
번안곡 히트와 리메이크 붐은 가요계의 아픈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앨범 제작 기간과 단가를 낮추려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새로운 노래 새로운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제작기간이 필요하다. 작곡가에게 곡을 맡기고 언제 나올지 모르는 신곡을 기다리며 제작비를 대는 제작자는 드물어졌다. 한국 음악 시장이 기존에 나온 곡에 한국어 가사를 붙이거나(번안곡) 편곡을 다시 해서(리메이크곡) 발표하는 것에 적합하게 변모하고 있다. 인기곡의 수명도 2.5개월로 짧아지면서(스포츠한국 3월18일자 참조)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류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짧은 시기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단타성’ 아이템에 너도 나도 눈을 돌리고 있다. 리메이크 곡와 번안 곡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아이템인 셈이다.
경력 15년차의 한 기획자는 “가수는 팬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는 게 존재의 이유다. 작곡가와 작사가는 그 노래를 만드는 것이 첫번째다. 있던 노래를 부르고 옛날 노래를 바꾸는 것에 급급해지면 이들의 존재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자존심이 잃어버리고 시장의 소모품으로 전락품？있다는 생각에 우울하다”고 말했다.
출처 : 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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