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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되는 길, 그 과정과 현황, 문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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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순위로 떠오른 연예인. 연예인이 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연기자들의 경우 방송사 탤런트 공채나 영화배우 공개 오디션으로, 가수들은 가요제 입상 등을 통해 데뷔하는 게 정식 '코스'였다.
하지만 방송사 탤런트 공채는 아예 중단됐고(KBS 97년, MBC 2001년, SBS 2003년), 가수 데뷔의 지름길이었던 대학 가요제와 강변 가요제 수상도 이제는 '추억 만들기'의 성격이 짙어졌다.
반면, 급속도로 변한 매체 환경은 스타들의 등용문도 다양화시켰다.
인터넷의 발달은 '인터넷 얼짱' 출신 연예인을 배출해내기에 이르렀고, '비주얼의 시대' 답게 패션-CF 모델 출신들의 성공사례도 부쩍 늘었다. 영상매체 진출을 '변절' 쯤으로 여기던 대학로의 풍토가 변하면서 연극-뮤지컬 배우들의 영화, 드라마로의 '크로스 오버'도 활발해졌으며, '길거리 캐스팅' 역시 이젠 더 이상 드문 케이스가 아니다. 대형 기획사들과 방송사들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도 새로운 등용문으로 떠올랐다.
연예인이 되는 길, 그 과정과 현황, 문제점 등을 집중 조명해 봤다.
명함 내밀기 '고전적'방법 이젠 안통하나
'시간없다' 퇴짜놓고 의심의 눈초리'후끈'
'필 꽂힌' 두 여성 만나보니 배우 지망생들
계약 관련 설명 후 버스정류장까지 배웅도
지난 12일 오후 5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 맥도날드 매장 앞.
올 봄 최고 유행인 미니스커트와 일본에서 상륙한 샤기 헤어스타일을 한 10대 후반부터 2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서울에서 가장 '물 좋다'는 이곳에서 비비안 슈의 소속사인 B마인 커뮤니케이션즈 조경희 팀장(33)이 길거리 캐스팅을 시작한다. 로데오 거리 골목골목을 차로 2~3바퀴 돈 조팀장의 얼굴엔 '눈에 확 띄는 인물이 없다'며 실망감이 가득하다.
장소를 바꿔 주말마다 킹카, 퀸카들이 많이 몰리는 청담동 NB클럽 앞으로 이동한다. 근처에서 서성이길 30여분. 조 팀장의 동공을 2배쯤 확대시킨 미녀가 스친다.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처럼 날쌔게 쫓아가 '연예인 해볼 생각이 있느냐'며 말을 붙였지만 대답은 '시간 없다'는 차가운 한마디. 조 팀장은 '종종 이런 경우가 있다. 명함을 주며 길거리에서 접근하는 '고전적인' 방법이 요즘엔 잘 먹히질 않는다'며 장소를 옮길 것을 제의한다.
지독한 교통체증을 뚫고 도착한 곳은 신촌 현대백화점 앞. 대학이 밀집한 이곳 역시 연예인을 꿈꾸는 지망생이 많다. 조금 걷다보니 레이더에 한 인물이 걸린다. '매니저 10년차'인 만큼 보는 눈은 확실하다.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돋보이는 대학 졸업반 이지민양(22). 하지만 이미 모 기획사에서 연기자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는 것. '여기서 물러나는 매니저는 자격이 없다'는 조 팀장. '트레이닝 과정이 터무니없이 길어지면 꼭 연락달라'며 어떻게든 명함을 쥐어준다.
시간은 오후 9시를 훌쩍 넘어선다. 간단하게 요기한 후, 이번엔 홍대 앞으로 향한다. 매주 금요일이 클럽데이인 만큼 그쪽에서 감이 '찐하게' 온다는 설명.
아니나 다를까. 홍대 앞 노상주차장 근처에 서 있는 상큼한 외모의 두 여성이 눈에 띈다. 현재 A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김혜연양(19)과 같은 대학 연극영화과를 준비 중인 정윤선양(19).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는 그녀들은 벌써 여러 기획사로부터 '길거리 러브콜'을 받았던 유경험자들이었다.
김 양과 정 양은 '길거리에서 명함을 주는 매니저들이 많은데 사기꾼 같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주저한다. 실제로 연락을 해보면 진행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악덕 매니저들도 있다. 오늘 만난 분은 정말 좋아 보여서 마음이 놓인다'고 고백. 이에 대해 조 팀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경력과 함께 계약 후의 일 진행 방향 등을 제시하며 신뢰를 쌓는다.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산에 사는 김 양과 인천 토박이인 정 양을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준 시간은 밤 11시40분. '어렵게 설득한 만큼 꼭 연락이 오길 기대하겠다'는 조 팀장의 얼굴엔 피곤함 만큼이나 만족감이 가득하다. < 서주영 기자 juleseo@>
길거리 캐스팅 '명당' ...대학가-젊은이 명소 '타깃'
스타 한 명 제대로 발굴하면 노다지가 부럽지 않은 법. 그러나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타 발굴은 '미션 임파서블'이 되고 있다.
이 지상 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니저들은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연극영화과나 방송 관련 전공학과가 있는 대학들은 '전통의 명당'. 단국대 동국대 중앙대 상명대 한양대 앞에서 진을 친다.
트렌드세터들이 즐겨 찾는 서울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도 주요 코스다. 이중 압구정동 갤러리아 건너편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은 주위 사거리를 오가는 젊은이들을 한눈에 편하게 앉아서 '관찰'할 수 있는 최고의 명당.
주말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이대 정문 앞이나 홍대 주차장 거리도 메인 타깃. 특히 신촌 현대 백화점 앞을 거점으로, 사방을 부지런히 돌다보면 의외의 대박감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외에 여의도의 모 연기자 학원도 필수 코스로 꼽히는데, 이유는 특별한 정보나 인맥없이 무조건 청운의 꿈을 품고 상경한 지망생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앞에서 진을 치곤 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는 한발 나아가 예고 주변도 주 타깃이 되고 있다. 캐스팅 연령대가 낮아졌기 때문. '이젠 10대 초중반에 발굴을 해 2~3년간 트레이닝을 한 뒤 데뷔를 시키는 게 관례다. 20대 초반도 이미 늦었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10대들이 즐겨찾는 서울 돈암동이 요즘 명당으로 뜨고 있다. 과거엔 서울 방배동 카페촌을 즐겨 찾았으나 타깃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명소도 변하고 있는 추세.
이외에 '유망주가 있다면 어디든 간다'는 원칙하에 지방의 미인 선발 대회에 원정을 나가기도 하는데, 케이앤엔터테인먼트는 아예 '오디션 버스'를 장만했다. 오는 7월부터 이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면서 유망주들을 발굴할 예정. 심사위원들이 즉석에서 예비 후보를 뽑아 서울 연습실에서 석 달간 트레이닝을 시킨 뒤, 최종 후보를 연예계에 정식 데뷔시킬 구상이다.
한편, 밤에도 헌팅을 위해 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논현동의 룸살롱 C는 물 좋기로 유명한 명당 중의 명당. '에이스'들이 수십여 명에 이르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혹시나'하는 연예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중 몇 명은 연예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충무로와 여의도를 오가며 활약중인 A는 이같은 경로를 통해 발탁된 경우. 해외파도 있는데,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B는 미국 룸살롱에서 한인 교포들을 상대로 뛰다가 고국행 비행기 티켓을 잡았다. 인기 그룹 C는 초창기 멤버 모두 룸살롱에서 발탁됐으며, 최근 교체된 멤버도 같은 '세계' 출신이다. 지난해 인기 광풍을 일으킨 가수 D는 전주 모 단란주점의 특급 카드였다.
영화배우 E의 경우 서울 천호동의 명물 중 명물이었다. 그 동네에 살던 영화 프로듀서가 소문을 듣고 이 룸살롱을 찾았다가 현란한 춤솜씨와 화려한(?) 매너에 반해 전격 발탁을 했다는 후문이다. < 전상희 기자 no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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