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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신인 '노예'-스타 '지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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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예인 계약’과 관련,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신인에겐 노예 계약, 톱스타에겐 저자세인 ‘극과 극’의 계약 관행이 계속된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스타 등급에 따라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스타가 기획사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쥐고 흔들 수도 있고 반대로 기획사의 횡포에 쪽박신세를 면치 못하는 신인도 있다. 톱스타 1명을 잡기 위해 소위 ‘11대 0 계약’이라는 불이익도 마다 않는 기획사와 ‘일단 뜨고 보자’는 생각으로 신인들을 10~20년씩 옭아매는 이른바 ‘노예 계약’이 만들어낸 풍경들이다.
‘연예인 불공정 계약’ 논란에 불을 지핀 사건은 두 가지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스마일매니아와 ‘15년 계약’을 맺은 사실과 SM엔터테인먼트와 광고 모델 유민호가 ‘10년 계약’을 한 사건 등이다. 최근 ‘노예 계약’으로 비화된 대표적 사건들이다.
2005년 5월 ‘웃찾사’ 출연진 윤택 김형인 등은 “강압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이면계약을 했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자신들이 노예계약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매니지먼트사 대표 박승대씨는 사실무근이라며 “계약은 상호간의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고 이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사태는 결국 양측의 극적 화해로 일단락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광고 모델 유민호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다시금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회자됐다.
당시 재판부는 ‘전속기간 10년’, ‘계약 위반시 투자금의 5배, 향후 예상 이익금의 3배 배상’ 등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은 무효라며 유민호의 손을 들어줬다.
가수 연기자 매니지먼트사의 매니저 K씨는 “신인들이 불합리하고 열악한 조건에서 계약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매니지먼트사 입장에서는 ‘키울 때’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고 신인 역시 ‘클 때’까지 재고 따질 형편이 못 되는 탓에 계약 내용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알렸다.
10년 이상의 장기계약, 터무니없이 적은 수익 분할 등에 대해 당장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뒤늦게 후회하기 십상이지만, 매니지먼트사가 계약서를 들먹일 경우 할 말이 없다.
가수 지망생 L씨는 “2년 동안 동네 행사 무대에 몇 번 올랐지만 수익이라곤 전혀 없었다”며 “계약 할 땐 몰랐다. 지금이라도 파기하고 싶지만 위약금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니저 K씨에 따르면 신인의 경우 아예 계약금 없이 계약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통 3년에 500만원 정도로 계약하기도 한다.
K씨는 “가수와 연기자의 수익 배분 방식이 다르다”며 “가수의 경우 코디 비용이나 차량 유지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분할하고 연기자의 경우 세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회사와 나눈다”고 설명했다.
수익 분할은 5대 5나 4대 6(회사)인 경우가 많다. 회사 입장에서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인의 입장에서는 많은 활동을 하는데도 일한 만큼의 수입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가지며 ‘노예계약’을 주장한다. 반면 매니지먼트사는 배은망덕하다고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연예인은 또 장기계약이 발목을 잡아 더 나은 조건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는다고 주장한다.
연기자 중소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스타를 발굴하기까지 시간, 비용, 노력이 필요하다”며 “투자 과정을 거쳐 이름이 알려지고 어느 정도 수익이 창출될 때쯤이면 떠나는 경우가 많아 짧은 계약은 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톱스타와의 계약은 사정이 다르다.
인기스타의 경우 일반적으로 회사와 수익을 7(연예인)대 3으로 나눈다.
여기에 최근 상식 밖의 비율로 계약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급 스타에 한해서다. 11(연예인)대 0 계약이다.
연예인이 자신이 활동해 벌어들인 수입을 모두 가져가고 기획사는 매출에 따른 10%의 부가세를 갖는 것이다. 톱스타에 의존해온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문제점을 증명하는 전형이다.
대형 매니지먼트사 K실장은 소속 톱가수와의 계약과 관련, “비밀유지가 원칙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면서도 “11대 0이나 10대 0으로 나눠서 회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약이 엄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톱스타의 이름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코스닥 우회상장을 통해 다른 계약이나 거래에서 우위를 선점한다는 분석이다. 톱스타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공시해 주가가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수·합병(M＆A)에도 영향을 미치고, ‘끼워 팔기’를 통해 ‘신인 키우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K실장은 “톱스타의 이름을 걸었을 때 1000만원이던 투자금을 10억원 이상으로 끌어 올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계약에 따라 톱스타 한 명은 수억원대의 계약금에 매니지먼트도 공짜로 제공받는다. 매니지먼트사 입장에서도 톱스타의 이름만으로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손해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가 시원찮을 경우,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그 만큼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익 악화의 부담은 주주들이 고스란히 떠 안게 된다. 장기 투자가 필요한 신인 발굴이 소홀해질 수도 있다. 결국 연예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연유 탓에 매니지먼트사와의 이해관계를 뿌리치고 ‘나 홀로 기획사’를 고집하는 연예인도 있다. 매니저와 단 둘이거나 아예 단독으로 활동하는 경우다.
한 여성 연기자는 “‘오라는 곳 없다’는 오해를 수도 없이 받았다. 또 알아서 척척 보좌해주는 사람이 없어 힘든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때문에 얼굴 붉히고, 받아야 할 돈을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한다는 불신 때문에 속 끓는 것보다는 낫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매니지먼트사들의 ‘신인 노예계약’, ‘톱스타에 저자세’ 등의 계약관행으로 연예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기 전에 계약 당사자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표준계약규정 도입과 매니지먼트사 허가제 실시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사진 있음>
문지연기자 cined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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