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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 리얼하지 못하는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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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저는 우리나라 사극의 문제점 중 하나로 리얼리티를 꼽았는데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더군요. 사실 리얼리티 문제야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마 시대 이야기만 나오면 카이사르가 활동하던 시기에 로마 군단병들이 죄다 판갑에 글라디우스를 들고 사각방패를 가지고 다니죠. 하지만 그쪽은 그럴듯 해 보이고 이쪽은 덜 그럴듯 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사극은 너무 깨끗하다 라는 것입니다.
한창 잘나가셨던 주몽 나리이십니다.<사진 1> 뭐 옛날에는 저렇게 입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자세히 보십시요. 얼굴에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모습입니다. 옷 또한 팔쪽에 억지 보풀이 있기는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기름 한 방울 묻히지 않은 깔끔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주몽은 주인공이고 또 왕자니까 주변에서 잘 보살펴서 깔끔하다고 칩시다. 주인공이 너무 더러워도 드라마가 좀 곤란해 질 것이니까요.
주몽 옆의 아저씨를 봅시다. 틀림없이 칼 만드는 장인 혹은 과학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수염도 가지런하고 머리결도 곱게 내려오고 흰 옷에는 먼지 하나 없습니다. 이 사람이 대장간에서 사는 사람인지 아니면 사무직인지 모를 판입니다.
다른 사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장수들은 평생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장군이 됐다가 새 갑옷을 입고 처음으로 출정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대장군이야 그렇다치고 뒤의 수하들도 모두 A급 갑옷입니다. 병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A급으로 새로 맞춰 입고 나왔습니다. 지금도 육군 외출복은 A급 군복이지만 들어가면 허접한 군복을 입고 살죠.
영화 <스캔들> 촬영지를 보시죠. 뭔가 다르죠? 영화니까 돈을 많이 들여서? 아닙니다. 저곳은 사람 손때가 묻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살면서 혹은 살지 않더라도 수시로 드나들면서 앉기도 하고 쓸기도 하고 닦기도 합니다. 그러니 새로 만든 느낌이 들 이유가 없죠.
HBO에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ROME 입니다. 저 둘 다 주인공입니다. 더럽습니다. 사람 못 알아 볼 정도로 더러운 건 아니지만 적절히 피도 묻고 흙도 묻고. 옷도 누더기입니다. 적어도 주몽처럼 팔 끝에 패션으로 너덜거리게 만든 옷은 아니라는 거죠. HBO가 들인 돈이 다르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렇게 하는데 돈을 얼마나 더 들였을까요. 이 드라마에 드는 돈은 죄다 로마시대 세트장 만드는 비용이라더군요.
이 장면은 전투 장면입니다. 몇 사람 없습니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람 머리 너머로 다른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10명 조금 넘는 사람으로 대군을 만들어 보일 수도 있는거죠. 갑옷이나 외형을 잘 보아 주세요. 안쪽에 입은 옷은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져 있습니다. 갑옷도 마찬가지죠. 똑같은 청동제 투구를 써도 위의 뿔달린 투구는 번쩍번쩍 하지만 아래의 투구는 그야말로 민숭민숭합니다.
바로 이런 차이가 현실감을 주느냐. 싸구려 일회용으로 만드느냐의 차이입니다. 사실 사극에서 더러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은 돈이 엄청나게 투자되는 것이 아니죠. 조금만 더 그 시대를 생각해 보고. 현실감을 생각해 준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신경쓰는 드라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PapaWolf [idealist.egloos.com/]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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